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는 공복혈당장애 즉 당뇨 전 단계만 870만여명에 이르며, 당뇨병 환자는 501만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 당뇨 예비환자와 당뇨 환자가 1371만명을 넘는 것이다. WHO가 7대 주요 사망원인으로 ‘당뇨병’을 지목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당뇨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혈관합병증을 앓다가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는 것은 어쩌면 평생 건강을 좌우할 기회를 얻은 것으로 ‘차라리 잘된 일’일까? 박수빈 내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살펴본다.
◇ 당뇨병은 왜 ‘삶’을 뒤흔들까?
당뇨병이란 혈액 중의 포도당(혈당)이 높아 소변으로 포도당이 나오는 데서 지어진 이름이다. 주로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수화물은 위장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변하여 혈액으로 흡수된다. 이를 우리 몸에서 이용하고 식사 후 올라간 혈당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인슐린이 여러 가지 이유로 모자라거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체내에 흡수된 포도당이 혈액 속에 쌓여 소변으로 배출되며 이런 병적인 상태를 '당뇨병'이라고 한다.
당뇨병은 아주 심한 고혈당 상태를 제외하고는 초기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실명, 혈액투석, 발 저림, 당뇨병성 족부질환 및 하지 절단, 감염, 심뇌혈관 질환 등의 만성적인 합병증을 유발하여 삶의 질을 저하하고 사망률이 증가하게 된다.
◇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 ‘습관’이 문제다
대한 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8’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인구는 약 500만 명, 공복혈당장애는 약 870만 명, 전체적으로 1,372만 명이 혈당 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6년 동안 당뇨병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었다. 이 가운데 30대는 22.7만명(남자 16만명, 여자 6.7만명), 40대는 75.6만명(남자 48.2만명, 여자 27.4만명)으로 비교적 젊은 층인 30~40대 당뇨 환자가 10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당뇨병 환자의 증가는 비만, 운동 부족과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패턴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쓰는 젊은 여성에 비해 남성의 경우 과체중이나 비만에 더욱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잦은 음주와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당뇨에 더 취약하다. 또 당뇨는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당뇨인지 잘 모르거나 합병증을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쁜 사회생활로 인해 평일에 병원에 내원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한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부담감도 조기 치료를 어렵게 한다.
◇ 당뇨 전 단계, 당뇨 진단 전 마지막 기회
당뇨 전 단계는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로 나눌 수 있고, 기준은 대한당뇨병학회의 진료 지침상 공복혈당 100~125mg/dl, 75g 경구 당 부하 검사에서 2시간 혈당이 140~199mg/dl, 당화혈색소 5.7~6.4%인 경우에 해당된다. 이는 당뇨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계로, ‘아직 당뇨병이 아니라서 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가 아니라, 질병이 있지만, 즉각적인 약물치료보다는 생활습관을 먼저 개선하는 치료를 해야 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당뇨 전 단계 환자에서 고혈당과 연관된 미세혈관 합병증과 심혈관 합병증이 진행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와 있으므로, 당뇨병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당뇨 전 단계 증상은 있다? 없다?
당뇨병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당뇨병의 주된 증상으로는 물을 자주 마시게 되고, 자주 소변을 보며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혈당이 많이 상승한 후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전 단계에서는 당뇨병 초기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증상이 거의 없어 증상만으로 당뇨 전 단계를 인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만 30세 이상인 경우 매년 검진을 통해 자신의 혈당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고, 당뇨 전 단계로 판정받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혈당뿐 아니라 3개월 평균 혈당 수치를 알 수 있는 당화혈색소 검사도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생명까지 위협하는 당뇨 합병증의 위험성
당뇨병 환자의 70%는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서 심장이나 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근경색,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고혈당이 지속하면 혈관이 손상되어 이로 인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당뇨망막병증, 하지 절단이 필요할 수 있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이 생길 수 있고 신부전증으로 인해 혈액투석을 하게 되기도 한다. 당뇨합병증은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데, 젊은 당뇨 환자는 고령의 환자보다 질병의 치료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 혈당 관리를 위한 생활요법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이루어진 필수 3대 영양소가 함유된 식품군이 포함되도록 식단을 구성하고,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이지만 식후 혈당 상승에 많은 영향을 주므로 적절하게 섭취해야 한다. 단순당(설탕, 음료수, 사탕, 아이스크림 등)은 혈당을 급속히 올릴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 적정량의 규칙적인 식사를 하도록 한다.
운동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압 개선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걷기, 달리기, 수영 등의 유산소운동은 하루 30분 이상, 주 5회를 시행하고, 아령 등의 근력운동은 주 3회를 시행한다. 또한 스트레칭도 유연성을 길러주고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음주는 의료진과 상의하여 허용되는 경우에 주 1~2회, 한 번에 1~2잔으로 제한하고 반드시 금연하도록 한다.
당뇨병은 완치보다는 관리의 개념으로 보아야 하므로, 식습관을 조절하고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혈당 조절 및 합병증 예방에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본인의 혈당 상태를 파악하여 치료가 필요하다면 미루지 말고 초기부터 약을 먹어야 하고, 효과나 안정성 측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식품은 피하도록 한다.
자료출처 :하이닥 2020-01-07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49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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