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100kg을 훌쩍 넘어버린 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이런저런 그간의 건강 문제 등을 상의하다 보면, 옆에 계시던 어머님의 눈에서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린다” 반복되듯 마주하는 외래의 일상이다. 환자 본인의 경우에는 여기까지 온 것이 모두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것이고, 엄마의 입장에서는 바쁜 일상 속 생계에 지쳐 딸을 챙기기 못한 죄책감과 회한이 밀려온 것이다.
"환자 본인, 그리고 보호자의 잘못이 결코 아닙니다"
위로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진심이다. 비만의 원인, 그간의 상식 혹은 일반적인 생각은 당연히 개인의 문제, 즉 본인의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깊게 들어가 냉정하게 살펴보면 사회경제적인 현상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관련 근거는 차고 넘친다. 강남 보다 강북에서, 맞벌이 부부에서, 일인 가구에서, 심지어는 서울보다 강원도의 비만 인구 빈도가 높다. 중국 10대 비만율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빠른 도시화와 서구화로 설명된다. 장수마을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 명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전이다. 1974년 미군 점령 후 사회적인 변화로 인한 2세대들, 2013년 이후 일본 내에서 평균수명이 가장 짧아졌으며, 동시에 노년의 삶의 질은 더더욱 최악이다. 이는 비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임을 이해해야 하는 대목이다.
좀 더 과학적인 접근을 해보자. 결국 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요요, 즉 반복되는 체중 증가로 살찌는 체질로 변했기 때문이다. 요요 현상은 에너지 불균형의 문제가 아닌 호르몬 불균형이 그 원인이다. 신체의 균형은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 기능, 그리고 호르몬 간의 균형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호르몬 불균형이 일어나는 현상을 의학적으로는 "부유전적인 변화, epi-genetic change"라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많은 음식들에는 이미 다양한 화학 첨가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첨가물로 인해 우리 몸에 유적적인 변화가 생기고, 결국 이런 변화로 호르몬 불균형이 야기되고 소위 살찌는 체질로 변해버린 것이다.
물론 개인의 생활 습관 문제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틀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비만, 원인도 그리고 그 결과도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만성 재발성 질병일 뿐이다.
"IT'S NOT YOUR FAULT"
흡연과 함께 비만이 가장 큰 사망 원인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서유럽에서 내건 비만 치료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슬로건이 건넨 따뜻한 메시지로 진료실의 무거운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용진 원장 (외과 전문의)
[출처] :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573539 | 하이닥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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