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성인 남성의 약 30%가 성기능 장애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 중 고혈압 환자의 성기능 장애 발생 빈도가 특히 높다.
발기부전의 이해
음경 내에는 긴 풍선 모양의 해면체 두 개가 들어 있고, 해면체는 ‘백막’이라는 단단한 막에 싸여 있다. 성적 자극을 받으면 해면체 내부의 혈류 압력이 높아지면서 해면체 주위의 조직이 혈관을 압박해 혈액이 갇히게 된다. 이로 인해 음경의 발기가 지속되고 강직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발기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해면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발기부전은 여러 가지 문제로 발생할 수 있지만, 혈관 이상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발기부전이 가장 흔하다.
발기부전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성기능 장애’ 하면 일반적으로 발기부전을 떠올리지만, 남성 성기능 장애의 형태는 이보다 다양하다. 성욕이 떨어지거나, 성욕은 있지만 성관계 중 충분히 각성(흥분)하지 않아 성관계가 어려운 경우, 성욕도 있고 성관계도 가능하지만 너무 빨리 사정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 너무 느리게 사정해서 힘든 경우도 있다.
성기능 장애는 다른 질환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나 신장 질환, 간 질환이 있는 경우 성기능 장애의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치주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고혈압과 성기능 장애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노인병학회지(Journal of American Geriatrics Society)의 한 연구에 따르면 40~79세 남성 고혈압 환자 중 약 49%가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남성 고혈압 남성 환자 중 68%가 어느 정도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45%는 중증 발기부전으로 진단됐다.
단기적으로 볼 때 고혈압 환자는 해면체에 혈액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며, 평활근을 이완시키는 기능이 떨어져 발기가 잘 안 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고혈압은 혈관을 망가뜨리고 혈관벽을 두껍게 만들어 음경으로의 혈액 유입을 방해할 수 있다. 또 고혈압과 발기부전은 혈관 내피세포의 이상으로 인한 질환이므로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성 고혈압 환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낮을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적 흥분에 큰 역할을 하는 남성호르몬으로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 성욕이 줄고 성감과 극치감도 줄어들어 결국 발기부전으로 연결된다.
고혈압 치료가 최우선
고혈압은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이지만 발기부전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고혈압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요즘은 고혈압 치료제와 발기부전 치료제를 섞은 복합제도 출시되어 고혈압과 발기부전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약물 치료로 차도가 없다면 남성호르몬 보충 치료, 음경 내 자가 주사 치료, 음경 보형물 삽입 수술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와 고혈압 약을 같이 먹어도 될까?
발기부전의 1차 치료는 비아그라, 시알리스와 같은 발기부전 약제를 사용한다. 음경으로 가는 혈관을 확장해 해면체의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그런데 고혈압 약제와 작용 기전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 둘을 같이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발기부전 약제는 음경의 혈관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므로 고혈압 약과 같이 복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단, 협심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협심증 약 중에서도 니트로글리세린과 나이트레이트 등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 복용해야 한다.
고혈압 치료약 부작용으로 인한 발기부전
고혈압 자체가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간혹 고혈압 치료제가 원인이 되어 부작용으로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 약제 중 매우 흔하게 처방되는 싸이아자이드 계통의 이뇨제 및 아테놀롤 성분의 베타 차단제가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것.
따라서 이러한 약물 복용 중 성기능 장애가 나타나면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바꾸는 게 좋다. 이 밖에 ACE 차단제, 칼슘길항제, ACE수용체 차단제 등의 고혈압 약제는 성기능 장애와 무관하다고 알려졌다. 본인의 고혈압 종류와 상태에 맞게 처방받는 것이 좋다.
성기능 장애는 혈관질환의 신호
발기 상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심혈관 상태의 지표다. 음경 혈관은 지름이 약 0.5mm보다 좁은 매우 가는 혈관으로, 음경 혈관 이상으로 인해 발기부전이 생겼다면 심혈관 질환의 초기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미세혈관 이상으로 인한 다른 증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데 비해 발기부전은 몸으로 뚜렷하게 느끼는 확실한 증상이기 때문이다. 만약 발기부전이 나타났다면 심장혈관이나 뇌혈관 이상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요한 질환이 동반된 것은 아닌지 검사해볼 필요도 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강태진 원장 (비뇨의학과 전문의) >
[자료출처] :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328162 | 하이닥 201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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