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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2 결승진출자 1라운드 하마평...신데렐라 양지은, 자신의 음압(音壓)을 최대한 이용..열살 김태연은 음표와 박자의 홍수 속에서 강약을 조절..노래는 역도가 아니다

일상모음

by 진주인터넷뉴스 2021. 2. 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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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은은 신곡을 ‘원래 있었던 노래'처럼 불렀다
그것이 명창의 실력이자 비법이다
히트를 위해 작곡한 노래는 귀에 쏙 들어오지만 1등을 하긴 어렵다
홍지윤이 2등에 머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미스트롯2 양지은/2021/02/25

미스트롯2 결승진출자

곱게 차려입은 노년 여성 세 분이 쉴 새 없이 무슨 말을 주고 받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뒤에서 따라 걷는 사람에겐 “아니야” “맞아” “걔는”처럼 억양에 강세가 묻은 단어들만 단편적으로 들렸다. 그들을 추월해 걸을 때쯤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돌 출신인가 걔 있잖아”라는 말이 들렸기 때문이다. 미스트롯에서 누가 1등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매 주 감상문을 쓰는 사람에겐 회초리 같은 대화였다. 나는 과연 저들이 고개를 끄덕거리게끔 쓰고 있는가.

박춘석이나 김희갑 같은 작곡가 이름을 외우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이단옆차기니 알고보니혼수상태 같은 작곡가 이름은 낯설기 그지없다. 음악이 장난이냐고 묻고 싶지만 그런 이들이 만든 노래가 히트해서 사람들 입술에서 흥얼거려지는 시대다. 멀쩡한 대학 나온 젊은 작곡가들이 그런 이름을 달고 어떻게 하면 노래가 잘 팔리는가 연구해 만들어내고 있다.

양지은이 부른 신곡은 그런 작곡가들이 만든 노래였다. 클라이맥스를 첫 소절에 배치해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빨려들게 되는 곡이었다. 양지은은 자신의 음압(音壓)을 최대한 이용해 노래할 때도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는데, 이것은 무대에 대한 자신감의 발현이다. 시청자들은 고음에서 인상을 쓰거나 허리를 굽혔다 펴거나 목에 핏대를 세우면 절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가수들은 매우 흔하다. 그러나 진정한 실력자는 노래의 하이라이트에서도 자장가 부르는 듯한 표정으로 일관한다. 양지은의 노래를 들은 허찬미가 객석에서 “원래 있었던 노래 같다”고 말했다. 그 어떤 심사위원보다 정확한 평가였고 프로들끼리 말하는 최고의 찬사였다.

꼬맹이 김태연이 부른 신곡은 가창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노래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이 어린 소리꾼의 가창력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계속 몰아치는 노래를 부를 때 소리의 강약 조절을 하는 건 기성 가수들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그런데도 열살 김태연은 음표와 박자의 홍수 속에서 강약을 조절하며 불렀다. 타고 났다는 것은 이런 가수들에게 붙이는 표현이다.

양지은과 경쟁 끝에 2위에 오른 홍지윤의 노래는 ‘어머나’를 작곡한 윤명선의 작품이었다. 번쩍하는 영감이나 예술적 고뇌가 아니라 대관절 어떻게 멜로디를 지어야 히트할 것인가를 잘 아는 사람의 노래였다. 그만큼 귀에 쏙 들어오고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구성을 갖췄다. 이날 선보인 일곱 명의 신곡들 가운데 가장 특이하고도 인상적인 노래이기도 했다. 그것이 홍지윤을 1·2위 경쟁까지 올려준 동력이면서 끝내 1위에 오르지 못하게 한 단점이기도 했다. 히트하기 위해 작곡한 노래는 히트할 수 있지만, 심금을 울리기는 어렵다.

김다현은 자신의 장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일단 노래가 너무 평범하면서 쓸데 없이 어려웠다. 불필요한 고음들을 연달아 이어붙여,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가 명곡인 것은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하는 클라이맥스 뿐 아니라 ‘창가에 서면/ 눈물처럼 떠오르는/ 그대의 흰손” 같은 고요한 도입부가 있기 때문이다. 리듬체조하듯 노래해 온 김다현은 이날 역도선수처럼 기를 쓰고 노래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노래 후반부에서 악을 쓰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에게 주어진 낮은 점수는 안타깝지만 적절했다.

'미스트롯'에 특별 출연한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

이날 가장 돋보인 무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미스터트롯 출신 남자 가수 여섯명의 특별 출연이었다. 심사와 평가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목청과 표정이 탁 트여, 노래는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를 교과서처럼 보여줬다. 경연자들은 이들의 무대를 보며 감탄했다. 사실 마음 속 돌덩이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결선에 오른 일곱명 모두 이들처럼 노래할 수 있다.

누가 1위인가를 발표하는 걸 보다가 밤이 깊어진 것을 알았다. “1위는, 1위는, 1위는!” 하며 시간을 끌 줄 아는 사회자 김성주 역시 결선에 오른 가수들 못잖게 대단한 사람이다. 일곱명 중 누가 1등인지 발표하면서 30분을 끌고 가는 게 보통 재주인가. 이제 좀 발표하지 할 때쯤 양지은이 호명됐다. 그녀의 감격을 보며 나는, 닭의 배변 장면을 본 적은 없으나, 닭똥 같은 눈물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자료출처 : 조선일보 2021-02-26
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2/26/XJMDHG3F2BDHVN6OE2E5YQQRI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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