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통상 중년층 이상부터 나타난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는 젊다고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을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실제 조사를 해보니 20·30대 10명 중 1~2명은 이미 심뇌혈관질환의 씨앗이 되는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에 따르면 20·30대 고혈압 유병률(有病率)은 10%,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20대 이상지질혈증은 18.9%, 30대 28.3%나 됐다. 젊은 환자가 많아지면서 학회에서 올해 처음으로 20세를 포함해 유병률 조사를 한 결과다.
김현창 연세대 의대 교수(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 회장)는 "지금까지 의학계에서는 20대는 신경을 안 썼는데, 마침 조사에 포함하니 정말 많은 젊은 사람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며 "젊은 나이부터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을 앓으면 그만큼 질병을 앓는 기간이 늘어나고, 혈관 손상 등이 누적돼 이른 나이에 심장병·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30대 고혈압 유병자만 127만명…인지 비율은 낮아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약 126만6000명, 전 단계 환자까지 합치면 약 338만7000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 중 고혈압을 인지하는 비율이 17.4%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65세 이상의 인지율은 85.8%, 50~64세 71.4%, 40~49세 44.8%와는 대조적이다.
고혈압 관리의 첫째는 '혈압 수치'를 아는 것이지만 자신의 혈압 수치를 아는 청년층은 드물다.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국가검진이 20대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참여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젊은 층은 자신의 혈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율은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학회 조사 결과 20·30대 치료율은 13.7%로 매우 낮다.
◇'젊은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합병증 위험 커져
젊을 때부터 혈압이 높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당장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20대부터 높은 혈압으로 인한 혈관 손상이 '누적'돼 향후 심장병·뇌졸중으로 일찍 쓰러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노인의 경우 다른 건강 위험 요인이 많아 고혈압 유무에 따라 심뇌혈관질환 발생률이나 사망률에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젊은 층은 다르다"며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다른 건강 위험 요인이 없기 때문에 고혈압이 있으면 심뇌혈질환 위험이 크게 커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지난해 임상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정상 혈압군에 비해 '1기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159, 이완기 혈압 90~99)의 심뇌혈관질환 발생 상대 위험도는 20~34세에서는 1.4배가 높다. 반면 50~64세에서는 1.36배, 65~79세에서는 1.21배, 80~94세에서는 1.11배로 나이가 들수록 상대 위험도가 떨어졌다.
◇'기름진 음식'에 젊은 이상지질혈증도 증가 추세
혈액에 나쁜(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이 많은 이상지질혈증은 젊은 층 유병률이 더 높다. 특히 남성이 심각하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20대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남성 26.6%, 여성 10.2%이다.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비만 인구가 늘고, 편의점·배달 음식 섭취가 많이 증가하면서 이상지질혈증의 위험은 더 커졌다.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당뇨병보다 젊은 나이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서양에서는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동맥경화가 10대 때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졌다. 홍순준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검사를 해야만 알 수 있는데, 국가 검진에 콜레스테롤 검사가 기존 2년에서 4년 간격으로 길어졌다"며 "젊은 환자의 병 인지율이 크게 떨어져 치료가 잘 안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20·30대, 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
전문가들은 "20·30대가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을 가볍게 보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편욱범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는 "20·30대 젊은 환자들은 고혈압 진단을 받아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버려둔다"며 "이런 분위기는 의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없어 간과하기 쉽지만, 젊은 층도 정기적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재서 자신의 혈압·콜레스테롤 수치를 알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례로 수축기 혈압이 4㎜Hg, 이완기 혈압이 3㎜Hg만 떨어져도 뇌졸중은 23%, 관상동맥질환은 15%, 사망률은 14% 감소한다.
젊은 층의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의 원인은 결국 나쁜 식습관과 비만 등이다. 평소 고염식·고지방식은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켜야 한다. 생활습관으로 조절이 안 되면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편 교수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은 증상은 없지만, 혈관에 나쁜 상태는 누적되고 있으므로 빨리 개선을 위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 조선일보 헬스조선 2020-12-11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2/10/20201210029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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